2025년 현재, 기술의 발전과 함께 인간의 본질에 대한 질문이 더욱 깊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인공지능과 뇌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조건’에 대한 고민이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는 ‘기억’이라는 키워드가 있습니다. 우리는 누구이고, 왜 지금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근거는 결국 기억을 통해 형성됩니다. 그렇다면, 기억은 인간 존엄성의 핵심 요소일까요? 이 글에서는 기억이 인간의 자아와 사회적 존재로서의 가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해 보겠습니다.
기억: 자아 정체성의 핵심
기억은 단순한 정보 저장 수단이 아닙니다.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축적된 기억들을 통해 자신을 인식하고, 미래의 행동을 결정합니다. ‘내가 누구인지’에 대한 정의는 대부분 과거의 경험과 기억에 의해 구성됩니다. 기억이 없었다면, 우리는 과거의 실수로부터 배우거나, 특정 인물이나 장소에 대한 감정을 느끼는 것이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심리학적으로도 자아정체성(self-identity)은 기억을 기반으로 형성된다고 봅니다. 에릭슨(Erik Erikson)의 심리사회발달 이론에서도, 인간의 성장은 개인의 경험과 그 해석에 따라 정체성이 강화된다고 설명합니다. 이는 곧 기억이 단절되거나 왜곡될 경우, 자아감도 함께 흔들릴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메멘토’ 같은 영화나 치매 환자의 사례처럼, 기억이 손상된 개인은 자신의 삶의 맥락을 잃게 됩니다. 그 결과, 스스로를 동일한 존재로 인식하는 능력이 약화되며, 인간으로서의 존엄이 위협받는 상황에 놓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점에서 기억은 단순한 기능이 아니라, 인간 존재의 뿌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아: 존엄성과 연결되는 기억
‘인간의 존엄성’은 단지 생물학적 존재로서의 인간에게만 부여되는 개념이 아닙니다. 우리는 스스로를 자율적인 존재로 인식하고, 그 안에서 삶의 의미를 구성할 때 비로소 존엄한 존재로 인정받습니다. 그리고 그 자율성의 중심에는 바로 ‘기억을 바탕으로 한 자아’가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윤리적 판단이나 도덕적 선택은 모두 과거의 경험과 학습된 기억에 기반합니다. 기억이 없다면 옳고 그름의 판단이 불가능하며, 책임과 자유의 개념도 성립되지 않습니다. 즉, 인간은 기억을 통해 사회적 규범을 이해하고, 그에 따라 행동함으로써 존엄한 존재로 기능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기술적으로 기억을 삭제하거나 조작할 수 있는 시대가 된다면, 인간의 존엄성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만약 타인의 의도에 따라 기억이 수정된다면, 그 사람의 자아와 판단, 나아가 인권까지 침해당할 수 있습니다. 기억은 단순한 개인 정보가 아닌,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구성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사회: 기억 없는 공동체는 가능한가
개인은 기억을 통해 자아를 구성하지만, 사회 또한 기억을 통해 역사와 문화를 계승합니다. 우리가 특정 국가나 공동체의 일원임을 인식하는 것도, 과거의 기억과 서사에 동의하거나 공유하기 때문입니다. 즉, 사회적 연대와 정체성 역시 ‘기억’을 기반으로 합니다.
역사 교육, 전통의 계승, 국가적 기념일은 모두 공동체의 기억을 재확인하고 공유하는 과정입니다. 만약 이러한 집단적 기억이 사라진다면, 사회는 뿌리를 잃고 붕괴될 위험에 놓입니다. 독재 정권이 역사 기록을 조작하거나, AI가 정보 통제를 통해 기억을 왜곡하는 시나리오는 더 이상 공상과학만은 아닙니다.
2025년 현재, 우리는 AI가 생성한 허위 정보와 기억을 둘러싼 기술 윤리 문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는 단지 정보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 존엄성과 자유, 사회의 지속성까지 위협하는 핵심 이슈입니다. 기억은 개인뿐 아니라 사회 전체가 인간다운 삶을 유지하기 위한 기반인 것입니다.
기억은 인간 존엄성의 핵심이며, 자아와 사회적 존재로서의 인간을 구성하는 본질적인 요소입니다. 기술이 기억을 조작할 수 있는 시대일수록, 우리는 기억의 가치를 더 깊이 인식하고 존중해야 합니다. 인간답게 살기 위해 필요한 것은 단지 생물학적 기능이 아닌, ‘기억을 통해 구성된 나’라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합니다. 오늘, 나의 기억을 돌아보고 그것이 내 삶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성찰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시길 권합니다.